지금 집이라고 느끼는 곳은 한때 단지 처음으로 만났던 곳이다.
나와 서로 낯을 가렸던 사물들은 날이 갈수록 눈에 익어가고,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장면들이 일상이 된다.
모르던 곳이 아는 곳이 되는 순간, 낯설었던 감정은 점차 익숙하게 길든다.
이름 없는 집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새로운 것들로 빈 곳을 채우듯이,
집은 지정된 장소가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경험이다.
사람에게도 사물에도, 집은 우리가 매일 놓고 놓이는 곳이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매일 익숙한 자리를 찾고, 사물들은 다들 당연한 듯 자신들에게 주어진 위치에 살고 있다.
마치 제자리가 존재하는 것 같은 공간에서, 어느 날 무언가가 원래 있던 곳에서 떠나 다른 곳에 두어질 때,
집은 문득 다시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항상 켜던 조명이나 매일 앉는 의자, 테이블 위에 놓인 식기와 물건들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면
우리가 알고 있던 집을 전혀 다른 공간으로 만든다.
ʻAnother Home’에서는 그전에는 집이 아니었던 곳이 집이 된다.
익숙한 요소 혹은 일정한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조합과 배치를 통해 사물들이 살게 될 또 다른 집을 지어준다.
우리가 일상적이라고 느꼈던 가구, 제품 또는 오브제에 접근하여 친하지만 처음인
또는 알지 못하지만 만난 적이 인상을 동시에 자아 낸다.
낯선 모습들을 낯익은 공간에서, 낯익은 모습들을 낯선 공간에서 마주치는 경험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집들을 방문하게 한다.
한때의 낯섦이 현재의 익숙함이기에, 새로운 곳은 언제나 또 다른 집의 시작이다.